TERMINA규칙만 진짜입니다.

수명에 게이지를 안 붙인 이유

형광등이 드문드문 켜진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병원 대기 복도와 빈 의자들.

이 게임에는 체력 바가 없습니다. 남은 햇수도 없습니다. 캐릭터 시트를 아무리 뒤져도 당신이 몇 살에 죽는지 알려주는 칸은 없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게임을 시작할 때 수명이 하나 뽑힙니다. 평균 75세 언저리의 정규분포에서 나오고, 60대 초반에서 90대까지 벌어집니다. 이 값은 저장 파일 안에 있고, 죽는 순간까지 UI로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그 밑에서 건강 수치가 매주 깎입니다. 감소량은 나이 구간이 정합니다 — 30대에는 거의 안 느껴지고, 60대를 넘기면 같은 한 주가 네 배쯤 비쌉니다. 여기에 곱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높으면 가속되고, 행동력을 끝까지 태우는 주가 연달아 이어져도 가속됩니다. 술자리 접대도 값을 치릅니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질환이 있습니다. 이건 검진을 받기 전까지 조용히 건강을 깎습니다. 병에 걸린 것과 병에 걸린 걸 아는 것은 이 게임에서 다른 사건입니다.

그래서 플레이가 어떻게 달라지나

숫자를 보여주면 플레이어는 최적화를 합니다. "68까지 버티면 되니까 62세까지는 건강을 무시하고 표를 산다" — 이건 계산이지 결정이 아닙니다. 위험이 사라지고 일정 관리만 남습니다.

숫자를 지우면 남는 건 읽기입니다. 몸은 문장으로 보고합니다.

올해는 계단이 길게 느껴진다.

요즘은 밤에 두 번 깬다.

이게 나이 탓인지, 과로 탓인지,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병 탓인지 게임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검진을 받으러 가는 데는 한 주가 듭니다. 선거를 30일 앞두고 그 한 주를 쓸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정답이 없다는 게 요점입니다. 검진이 아무것도 못 찾고 끝날 수도 있고, 안 갔다면 그게 3년 뒤 사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었는지는 회차가 끝나도 확실히 모릅니다.

대가

이 설계는 공짜가 아닙니다. 두 가지를 포기했습니다.

첫째, 억울한 죽음이 나옵니다. 잘 관리했는데도 짧은 수명을 뽑아 60대 초반에 죽는 회차가 있습니다. 이건 버그가 아니라 분포의 왼쪽 꼬리입니다. 다만 그게 운이었다는 걸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해서, 사망 통계와 평전에서 그 회차가 어땠는지는 숨기지 않습니다.

둘째, 학습이 느립니다. 게이지가 있으면 한 회차면 배웁니다. 문장으로만 말하면 서너 회차가 걸립니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는 단계별로 어휘가 다르고, 같은 단계 안에서는 여러 문장이 돌아가며 나옵니다 — 문장을 외우는 게 아니라 톤을 읽게 하려고.

수명은 이 게임의 유일한 진짜 마감시한입니다. 마감을 볼 수 있으면 그건 일정표지 마감이 아닙니다.